화성침공 문과침공

  ‘화성침공’이란 영화가 있다. ‘비틀쥬스’, ‘가위손’, ‘배트맨 리턴즈’를 제작한 팀 버튼 감독의 영화다. 이 영화는 팀 버튼 감독 자신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B급 영화를 자기 식대로 찍은 영화라고 하는데 미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화성침공에서 패러디한 배경 영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필자에게는 보는 내내 당혹스럽다 못해 기괴함을 느끼고 봤던 영화이기도 했다. ‘아는 만큼 본다’라는 말이 정말 글자 그대로 딱 들어맞는 영화였다.  

요즘 ‘문과 침공’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이과와 문과 구분을 하지 않게 되면서 수능 시험 성적이 좋은 이과생들이 그 동안 주로 문과생들이 지원해 왔던 학과에 지원해 문과생들을 제치고 합격하는 풍조를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영화 ‘화성침공’의 제목을 생각하면 ‘이과침공’이 맞겠지만, 필자가 ‘문과 침공’을 이야기하려고 하면서 ‘화성침공’을 언급한 이유는 ‘문과 침공’ 또한 ‘아는 만큼 본다’라는 말이 딱 들어 맞기 때문이다.

  2022 정시에서 서울대 인문사회계에 최초 합격한 합격생 중에 이과생이 44.44%로 확인되면서 ‘이제는 문과도 수학을 잘 해야 한다’, ‘경영학과가 목표라고 하더라고 이과생이 유리하다’, ‘문과로는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출 수 없다’ 등 문과침공’과 관련해서 연일 언론에 회자되는 이야기들이 현실로 나타났다. (참고로 문이과 구분이 없어진 2022학년도 입시에서 ‘이과생’이란 상위대학 자연계에 진학하기 위해 수학은 ‘미적분 또는 기하’ 탐구는 ‘과학탐구’를 선택한 학생을 이야기한다) 이런 ‘문과침공’ 현상은 통합형 수능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통합형 수능에서는 국어와 수학을 공통+선택과목 구조로 치르고 있는데 선택과목간 유불리 문제가 최소화 되도록 어려운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 집단의 공통과목 점수가 평균적으로 높을 경우, 선택과목 점수 역시 다른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에 비해 상향되도록 했다. 따라서 지난 2022 수능 수학의 경우 원점수가 똑같이 만점이라고 하더라도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의 표준점수는 144점, 미적분/기하는 147점으로 3점 차이가 났다. 이런 통합형 수능의 점수 보정 체계 때문에 이과생들의 문과침공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문사회 계열로 진학하려고 한다 하더라도 이과생으로 준비(수학에서 미적분/기하 선택)하는 것이 옳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문과침공’은 전적으로 ‘정시’에 한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수시의 학생부 종합 전형 주요 평가 요소는 ‘학업역량/진로역량/공동체역량’이다. 이중 진로역량은 전공적합성에서 바뀐 것으로 전공(계열) 관련 교과 이수 노력, 전공(계열) 관련 고교 성취도, 진로 탐색 활동과 경험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학생부종합 전형에서는 이과생의 ‘문과침공’이 문제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대로 수시 학생부 종합에 강점을 가진 특목자사고는 살아 남게 됐다. 정시가 확대될수록 일반고는 그나마 노력하던 수시대비 노력을 포기하고 정시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렇잖아도 특목자사고의 독무대였던 학종은 특목자사고만의 블루오션으로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문과침공이라는 현상 때문에 진로 및 선택과목을 고민하는 학생이 있다면 지금이 정말 아는 만큼 볼 때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