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에 대한 단상(하브루타와 공자)

오래전에 ‘노벨상 수상자의 22%가 경험한 자녀교육법’이라는 카드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여러분이 잘 아는 대로 유대인의 자녀교육법 하브루타에 관한 이야기다. 기사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하브루타의 핵심은 꼬리에 고리를 무는 질문과 토론을 통해 자립심을 기르는 것’,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를 통해 정서적 교감을 이루고 책, 신문기사의 내용에 대해 토론하며 식사를 한다’, ‘하브루타는 교육법이 아니라 가정에서 이뤄지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끈끈한 유대관계’하고 소개를 하면서 ‘소중한 내 아이, 나보다 소중하게 가르칠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라면서 끝을 맺는다. (조선일보)

하브루타 교육법을 강의하고 자격증까지 주는 사설기관이 있지만, 사실 하브루타는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앞에서 소개한 짧은 카드뉴스를 읽다보면 이상한 점이 보인다. 하브루타는 교육법이 아니라 ‘부모와 자녀 사이의 끈끈한 유대관계’라고 이야기하면서 마지막에는 ‘소중한 내 아이를 나보다 소중하게 가르칠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끝을 맺는다. ‘조선일보’라는 출처가 없었으면 대치동의 어느 독서학원 광고처럼 보이기도 한다.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기 위한 독서교육의 수많은 방법론들이 있다. (질문과 토론을 중시하는하브루타도 그 중 하나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독서토론회, 독서편지쓰기, 연극(영화, 소설, 만화 등등)으로 만들기, 인터뷰 형식으로 만들기, 모의 재판 등등이 있다. 주로 초등학교 교육현장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방법들이다. 독서 교육에서 이렇게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엉뚱하게도 ‘독서교육이 그 만큼 힘들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대치동에 있다 보면, 가끔 1년에 3,000권의 책을 읽었다는 아이, 책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이라는 부모님을 만나 뵐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아이들(책을 읽는 것을 힘들어 하거나, 책을 많이 읽더라도 자기가 읽고 싶은 책만 읽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재미 있고 유익한 독서 경험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초중학교 아이들에게 인문고전을 가르친 지도 어느 새 십 년이 넘었다. 어려운 인문고전을 아이들에게 재밌게 가르치기 위해서 책 내용뿐만 아니라, 신문기사, 영화, 관련 청소년도서, 만화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접근을 하지만 재미 있고 유익한 독서교육은 언제나 필자에게는 커다란 딜레마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원에서 효과가 있었던 방법들을 가지고 두 딸을 가르쳐봤지만, 학원에서는 아이들이 그렇게 재밌어 하던 내용들에 두 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몇 번 시도하다가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맹자를 읽다 보면, 재밌는 내용이 있다. 제자 공손추가 맹자에게 묻는다. “스승님, 군자는 자식을 직접 가르치지 않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승으로 존경을 받는 공자도 자기 자식을 직접 가르치지는 못 했다. 그 이유는 뭘까? 아마도 대한 민국의 모든 부모님들은 잘 알고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서교육은 간단하다. 좋은 책을 선정해서 함께 좋은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그럴 환경만 마련된다면 방법론은 어떤 것이든 좋다. 가정에서의 독서교육은 더 간단하다.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면 된다. (필자는 집에 들어가면 피곤을 이유로 책을 읽은 적이 없다.ㅠ)